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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고, 2심에서도 유족 승소

松竹/김철이 2020. 5. 13. 18:25
신길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고, 2심에서도 유족 승소
서울교통공사, 고인의 ‘부분 과실’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족 변호인 측 “결과에 만족…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승소 가능성 높아”
등록일 [ 2020년05월13일 17시17분 ]

고 한경덕 씨가 실제 사고를 당한 신길역 휠체어 리프트에 “살인기계리프트 철거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이 놓여있다. 사진 박승원
 

서울교통공사(아래 공사)가 ‘신길역 휠체어리프트 추락사망사건’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 판결에 불복해 고인의 과실을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서울고등법원 제12-2민사부는 13일, 신길역 휠체어리프트 추락사망사건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공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공사에게 항소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 이로써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유족이 승소했다.

 

2017년 10월 20일,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던 고 한경덕 씨가 신길역 1, 5호선 환승구간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 호출 버튼을 누르려다 계단 아래로 추락했다. 왼팔의 운동기능을 상실한 그는 휠체어로 호출 버튼에 정면으로 접근하거나 계단으로 향하는 방향으로 접근해 버튼을 누를 수 없었다. 아무리 팔을 뻗어도 호출버튼이 손에 닿지 않자, 한 씨는 계단을 등지고 리프트로 다가가 오른팔로 호출버튼을 누르고자 했고, 휠체어를 돌릴 만큼 충분한 공간이 없어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다 결국 계단 아래로 추락했다. 그는 병원에서 98일간 깨어나지 못한 채 2018년 1월 25일 사망했다. 

 

처음 신길역에서 한 씨가 계단 아래로 추락했을 때 공사는 사고 접수조차 하지 않았다. 게다가 한 씨의 사망 이후 유족의 사과 요구에도 공사는 ‘기계에는 문제가 없다’라며 거부하기도 했다. 이에 유족을 비롯한 장애계가 6명의 변호인단과 함께 2018년 3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자 그제야 공사는 뒤늦게 사고 접수를 하고 책임을 밝혔다. 이후 공사는 변론 과정에서 ‘휠체어리프트는 위험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담은 반박 영상을 제출했지만, 영상 내용 중 장애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소송을 제기한 지 1년 7개월 만인 2019년 10월, 마침내 1심 선고가 나왔다. 1심 재판에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신길역 휠체어리프트에서 추락해 숨진 고 한경덕 씨 유족에게 청구액 총 2억 5,000만 원 중 약 1억 3,000만 원가량을 공사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단순히 망인이 전동휠체어 조작을 잘못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휠체어리프트 설치·보존자인 피고(공사)가 호출버튼을 휠체어 이용자의 추락사고 발생 위험성이 높은 장소에 설치했다”라며 “추락 방지를 위한 보호 장치도 설치하지 않은 이상 해당 휠체어리프트는 그 위험성에 비춰 통상 갖춰야 할 안정성을 갖추지 못해 설치,보존에 하자가 있다”라고 공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최초록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가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 판결이 끝난 뒤 소송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그러나 공사는 이와 같은 판결에 불복해 고 한경덕 씨에게도 일부 잘못이 있다면서 항소를 제기했다. 최초록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피고(공사)는 휠체어리프트를 안전하게 만들지 않은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고인 또한 조작 미숙으로 인해 일부 과실이 있다는 새로운 주장을 제기했다. 하지만 2심에서 공사의 이와 같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일 공사가 상고하더라도 이미 1, 2심에서 원고가 승소했기 때문에 법리만 다투는 대법원에서는 우리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1, 2심 변론 과정에서 공사는 한 씨가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최 변호사는 “공사는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면 주변에 소리를 지르거나 손을 들어 지나가는 사람에게 호출벨을 대신 눌러달라고 도움을 청할 수 있지 않았냐’라는 주장을 했지만, 이는 장애인이라면 당연히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과 편견에 기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이 혼자서 다닐 때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와도 어긋난다”라고 공사의 주장을 비판했다.

 

한편 한 씨가 신길역에서 추락해 사망한 뒤 유족과 장애계의 끈질긴 투쟁 끝에 지난 2월 29일, 마침내 신길역에는 장애인리프트가 사라지고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새로 설치된 엘리베이터 옆 기둥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추모 동판이 설치됐다. 


  이가연 기자 gayeon@beminor.com



  출처:비마이너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