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소식

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21) 미라의 성 니콜라오 주교 ③

松竹/김철이 2011. 6. 1. 09:28

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21) 미라의 성 니콜라오 주교 ③

 

 

목숨과 진리 맞바꿀 용기 있는 목자
타고난 좋은 여건 훌륭한 내면형성으로 승화
상황에 굴하지 않고 주님의 형성의 진리 체득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세 명의 청년들이 누명을 쓰고 자칫하면 사형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치적 파워 게임의 희생양으로 몰린 또 다른 몇 명의 고관들도 누명 때문에 아까운 목숨을 잃을 처지였다. 이들에게는 분명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아무도 나서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들을 변호하기 위해 나섰다가는 함께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실 자신에게 별다른 피해가 오지 않는 상황에선 누구나 정의를 부르짖을 수 있다. 물리적 재산적 신체적 정신적 피해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누구나 타인을 욕하고, 비방하고, 비판하고, 깎아내릴 수 있다. 내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이것은 그 사람이 비겁하거나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다. 사람은 원래 그렇다. 그만큼 자신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극한 상황에서 나서서 진리를 선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 특히 신앙의 역사는 이렇게 목숨과 진리를 맞바꿀 수 있는 용기있는 이들에 의해 진보한다.

니콜라오 주교도 그중 한 사람이다. 성인은 기꺼이 진리의 편에 섰다. 사형을 당할 처지의 사람들을 위해 적극 변호했으며, 결국에는 누명을 풀어주고 생명을 건져냈다. 이 모든 것을 볼 때 성인은 참으로 ‘형성의 진리’를 몸으로 체득하신 분이다.

성인은 부모님께서 일찍 돌아가셨지만, 어린 시절부터 지적인 면과 지혜의 덕, 신앙의 덕을 잘 쌓으며 성장했다. 하느님(형성하는 신적 신비)께서 성인의 마음속에 심어주신 형성에로의 초대에 적극 응한 것이다. 내면 형성을 잘 성취한 것이다.

이 내면 형성의 완성은 이웃과의 형성 즉 상호 형성의 완성으로 이어진다. 그는 늘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들의 아픔과 함께했고, 함께 울고, 함께 살려고 노력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의 관계를 통해 하느님께서 형성되도록 마련한 장을 훌륭히 걸어간 것이다. 성인은 부유한 가정에서 비뚤게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 주위에는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청년이 흥청망청 살아가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성인은 그 모든 좋은 여건을 훌륭한 내면 형성, 상호 형성으로 승화시켰다.

일반적으로 보통 사람들은 이 정도 단계에서 성장을 멈춘다. 우리도 노력하면 내면 형성과 상호 형성을 어느 정도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성인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바로 상황 형성이라는 경지로 올라간 것이다.

상황은 시대와 장소, 문화, 여건에 따라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우리 각자에게 찾아온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황’이라고 말할 때 그 상황은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장소, 사물, 사건이 그것이다. 성인은 초기교회 미라라는 한 지역의 주교가 됐다. 이러한 직위는 다양한 사건과의 만남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성인에게 있어서 가장 큰 사건은 박해였다.

박해 앞에서 많은 이들이 신앙을 버렸고, 또 신앙적으로 위축됐다. 하지만 성인은 기도 안에서 하느님께 열렬한 갈망을 드렸고, 하느님과의 만남이라는 관상 안에서 머물렀으며, 그 관상을 삶 속에서 실천했다. 이러한 성인의 모범은 10년이나 되는 감옥생활에서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성인은 주어진 상황에 위축되거나 움츠러 들지 않았다. 오히려 상황을 완덕으로 승화시켰다.

당시 로마는 세속적 힘에만 의지하며 지탱하던 그런 제국이었다. 하느님께서 인류 역사에 섭리하신 형성적 진리를 거스르는 반형성적 제국이었다. 하지만 성인은 그러한 반형성적 상황에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형성적 상황을 형성적 상황으로 극복해 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보아야 한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미리 형성시켜 놓으신 선형성의 목적을 성취해야 한다. 그래야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 미리 섭리해 놓으신 형성의 원리를 체득해야 한다. 그래서 그 원리를 완성시켜 나가야 한다. 영성은 저 하늘 위에 있는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다. 하느님께서 나 자신의 내면에 심어 놓으신 당신을 갈망하는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그리고 하느님을 향해 꾸준히 정진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이웃과 세계 안에서 하느님의 형성의 섭리를 볼 수 있고, 하느님을 형성의 장 안에서 현현시키는 삶을 살 수 있다.


정영식 신부·수원 영통성령본당주임, 최인자·엘리사벳·선교사

 

 

출처:가톨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