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이웃사랑 실천에 주저하지 않기” | 정재환 노엘 신부님 (충무 성당 주임) 육군 제39보병사단

松竹/김철이 2025. 7. 9. 10:15

“이웃사랑 실천에 주저하지 않기”

 

                                                                   정재환 노엘 신부님 (충무 성당 주임) 육군 제39보병사단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던지는 질문 중 하나는 “왜?”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은 시간이 갈수록 그 의미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과거에는 “이거는 왜 그래?”, “왜 그렇게 됐어?”라는 질문이 많았다면, 시간이 갈수록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더 늘어나는 것이지요. 가끔은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 사랑을 하는 것조차도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만 실천하게 되는 경우를 성찰하고 바라보기도 합니다.

 

물론 그럴 때마다 “왜”라는 질문에 스스로 충분히 대답할 수는 있습니다. 누군가 도움을 필요로 하고 내가 지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느낄 때도 있습 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애써 외면한 채 ‘내가 왜?’ 라는 생각으로 피하려고만 하는 모습을 성찰하곤 합니다. 그러고는 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 외면하는 모습에 이유를 붙이게 됩니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 속 사제와 레위인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분명 그들도 길에 쓰러진 사람을 보고 처음에는 본능적으로 잠시나마 발걸음을 멈췄겠지요. 그러나 이내 ‘부정해진다’라는 율법을 이유 삼아 피 해서 돌아갔을 것입니다. 곤경에 처한 이들을 보면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 그 선한 마음을 심어주신 분은 ‘선하신 하느님’이시지요. 그런 하느님께서 당 신의 뜻에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 사람에게 내려주신 규정이 율법입니다. 이 율법을 이유 삼아 곤경에 처한 이를 외면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저 하고 싶지 않아 애써 외면하는 자신의 모습에 율법이라는 그럴싸한 가림막을 세우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사마리아인은 아무 조건 없이 다가가 온 힘을 다해 돌봅니다. 그는 ‘왜 내가 도와야 하는지’, ‘그럴 이유가 있는지’를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해 야만 했기에 그리고 할 수 있었기에 실천한 것입니다. 그 모습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참된 사랑의 실천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볼 때면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을, 그의 이웃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배워왔으며, 우리가 매일 듣고 있는 주님의 말씀이 계속해서 사 랑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마음 깊은 곳에 하느님께서 심어주신 선한 마음이 바로 우리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분명한 이유,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며,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라는 질문 앞에서 잠시 멈추게 된다면, 하느님께서 이미 우리 안에 주신 그 첫 번째 이유,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답을 기억해 봅시다. 그 무엇 보다 확실한 대답이 이미 우리 안에 있으니, 가서 그 렇게 실천하며 사랑하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