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되는 삶 | 최선종 사무엘 신부님(가양동 주임)
밥이 되는 삶
최선종 사무엘 신부님(가양동 주임)
“나는 밥이 되고 싶습 니다.”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 경님께서 하신 말씀이 다. 이 말 한마디면 충분 하다 싶다.
그리스도 예수님의 아 가페 사랑이 생명의 빵과 구원의 음료가 되었듯이, 이를 받아 모신 이가 그 사랑을 기억하여 실천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토록 신비로운 구원의 성사가 돌이켜보면, 가장 단순하고 가장 일상적이지만, 가장 숭고한 우리네 삶이 아닐까 한다.
자식의 밥을 마련하기 위해 부모는 희생한다. 생 각해 보면, 자식의 입에 들어가는 것은 쌀이 아니고, 고기가 아니다. 부모의 인생이다. 부모의 눈물이고, 서러움이며, 청춘이다.
누군가의 아들딸로 태어나 부모의 희생을 먹고 자란 이가,이제는 누군가의 밥이 되어 먹히는 인생을 산다.
부모는 내게 이것을 잘해 주길 바랐고, 나는 이것을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앞으로 노력할 것이 며, 내 자녀에겐 장차 보란 듯이 잘해 줄 거라 기대한 다. 이러한 자기희생을 통한 생명 전달이, 사랑의 대 물림이 우리네 일상을 관통하고 있다.
이 단순한 이치가 거룩한 구원의 신비가 되어 있다. 사랑의 존재로 지음 받은 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사람을 살리고 구하는 일이기에 그렇다. 벗을 위해 목 숨을 내어놓는 것이기에 그렇다. 거저 받았음을 알아 서 거저 내어놓기 때문에 그렇다. “이를 기억하고 행 하여라.” 하신 말씀 그대로 살아가기에 그렇다.
엠마오의 두 제자는 예수님께서 빵을 떼어 나누어 주던 그 순간 눈이 열리게 되었다. 떼어 주신 빵 속에 목숨 바친 주님의 사랑이 담겨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이 사랑이 두 제자를 다시 예루살렘으로, 부활의 자 리로 되돌아가게 했다.
결국, 나를 살리는 것은 내가 받은 사랑을 기억하 고 그 사랑이 나를 지금도 움직이게 하고 있으며 앞으 로도 더 큰 사랑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노력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오늘도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에게 내어 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