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하느님의 얼굴 | 조영만 세례자요한 신부님(부산가톨릭의료원 기획실장)

松竹/김철이 2025. 6. 12. 10:15

하느님의 얼굴

 

                                                            조영만 세례자요한 신부님(부산가톨릭의료원 기획실장)

 

 

故 서공석 신부님의 선종 1주기를 즈음하여, ‘서공 석 신부 추모 세미나’(2025.5.10. 분도수녀원)를 가졌습 니다. 신부님을 사랑했던 평신도 신학자들이 모여 그 분이 남기신 논문을 재해석하고 신부님을 통한 하느 님 체험을 나누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가 소멸 되어가고, 하느님 없 이도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가는 세상 한 복판에서, 지 금도 ‘당신의 이름을 묻는’(탈출 3,13) 이들 가운데 하나 로서 마주하게 된 하느님의 두 얼굴은 이렇습니다.

 

첫 번째는 ‘상선벌악’의 하느님의 얼굴이었습니다. 한국적 정서로 이해하기 쉬운 하느님이었고, 신앙교 육에서 익숙했던 하느님이었지요. 상과 벌을 주시는 분이시기에, 두렵고 무서운, 심판자와 같은 하느님 의 얼굴에서 자비와 사랑을 기대하는 것은 쉬운 일 이 아니었습니다. ‘들어야 할 것’과 ‘따라야 할 것’만 이 남아버린 신앙이 기쁨이 되기란 어려웠지요. 그래 서 하느님을 믿는다 하면서도 세상의 기준으로 서로 판단하고 단죄하는 일들이 빈번해졌고, 믿는다는 이 들과 믿지 않는다는 이들의 경계 역시 허물어져 버 렸습니다.

 

그러나,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에 우리 는 하느님의 두 번째 얼굴을 만나고 싶습니다. 왜냐 하면 우리는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을 그리스도, 우리의 구원자로 고백하는 우리는 예수 님이 알려준 하느님과 그분의 나라를 살아가기로 마 음 먹고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며, 예수님 안에서 드러나신 하느님을 다른 얼굴로 만났기 때문입니다.

 

‘베푸시는 분’과 ‘섬기시는 분’으로!

 

하느님은 베푸셨고, 예수님은 섬기셨습니다. 스스 로 아버지 행세를 하지 않았던 예수님께서는 끝까지 아들(聖子)이었고, 마지막까지 ‘섬기러 온 자’였습니 다. 이들의 사랑을 깨달은 그리스도인들은 <베풂과 섬김>을 통하여 아버지(聖父)의 생명을 제대로 누릴 것이며, 하느님께서는 지금도 당신을 아버지로 섬기 는 사람들 안에 거룩한 영(聖靈)으로서 자신을 드러 내고 계십니다.

 

나만 옳은 세상 속에서도, 차이를 다양함과 풍요로 움으로 여길 줄 알고 다른 이들을 형제요 자매로 섬 기게 될 때, 비로소 하느님 뜻에 자신을 개방한 예수 님의 실천을 나도 하게 되고, 마침내 이내 숨이 그분 의 숨결이 되어 살아가는, 하느님의 세 번째 얼굴이 될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