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보따리

신앙 이야기 | 떠나가는 자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松竹/김철이 2025. 6. 2. 08:09

떠나가는 자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야학에서 교사로 활동한 지 8년째가 되는 올해, 처음으로 담임을 맡았다. 오랫동안 근무했던 학 교에서는 담임을 여러 번 했지만, 여기에서는 처 음이라 그리 가슴이 설렐 수가 없었다. 학교를 떠 난 지 수십 년 만에 공부를 새로 시작하는 60대, 70대 만학도들에게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신학기를 의욕적으로 시작했다.

 

내가 맡은 1학년 신입생은 7명이었다. 공부하 겠다는 뜨거운 열정을 지니고 들어온 그들인지 라 평일 오후 7시부터 9시 30분까지 하는 수업에 첫날부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서 선생님들의 칭찬을 받았다. 그러다가 1주일이 끝나갈 때 한 학 생이 전화를 걸어왔다. 이런저런 일로 학교를 더 는 다니기가 힘들다는 거였다. 그 학생은 전화로 양해를 구하면서 자퇴 절차를 그것으로 마치려 고 했다. 나는 그건 아니라고 했다. 충분히 이해했 으나 그런 식으로 끝내면 안 된다고 했다. 좀 힘은 들겠지만, 학교에 나와 정식으로 학우들 앞에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마지막 인사를 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 뒤에 1학년 단톡방에 학우들에게 짧게 나마 글을 남기고 단톡방에서 나오면 더 좋겠다 고 했다.

 

나의 바람은 당연히 강제성이 없는 거였다. 학 생이 원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거였다. 학생이 그 요청을 받아준 것은 나에게 큰 복이었다. 그러 고 나서 이틀 뒤에 또 한 명이 전화를 걸어왔다. 개인 사정으로 학교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거였다. 그 전화로 끝냈으면 하고 학생은 바랐다. 나는 이 번에도 앞의 학생에게처럼 그렇게 권유했고, 다행 히 잘 따라주어서 그렇게 마무리하였다. 두 명이 나 그만두는 아픔을 하늘이 안 것일까. 그 뒤로 4 명이나 새로 들어와서 지금은 9명이 되었다.

 

2019년 초, 나는 성당의 한 단톡방에 그만둔다 는 문자를 올리고 그 단체에서 나와 버렸다. 그래 도 남과는 다르다는 식으로 다음 회합 때에 나가 서 인사한다는 내용으로 문자에 넣었다. 그 문자 대로 다음 회합 때 마지막 인사를 하러 나갔다. 그 뒤 이 일로 인해서 성당에서 고개를 제대로 들 수 가 없었다. 함께했던 회원들을 일부러 피하기도 했다.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단체를 그만두는 나 의 뒷모습이 너무나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사정 이 있어서 단체에서 나올 수는 있다. 그러면 그 사 정을 간부들에게 먼저 이야기한 뒤 정식으로 회 합 때 회원들에게 말한다. 그런 다음에 그 단톡방 에 마지막 인사를 올리고 나온다. 이렇게 했더라 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뒤늦은 후회를 수없이 하곤 했다. 3년이 지난 2022년 5월에 나는 용기 를 내서 그 단체에 다시 들어갔다.

 

그동안 수십 년 동안 성당이나 시민 단체에 들 어가 여러 활동을 해 왔다. 그 단체에서 어떤 모습 으로 그만두었나 생각하니 얼굴이 저절로 빨개진 다. 전화만 하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쪽지만 남기거나, 가까운 회원에게만 말하거나 하면서 그 만두지는 않았던가.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그간 함께한 회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떠나가는 자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주위에서 많이 보고 싶 다. 아니, 나도 남들한테 떠나가는 자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