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청소년 특집 | 부러우면, 교사해 보실래요?

松竹/김철이 2025. 5. 22. 12:40

부러우면, 교사해 보실래요?

 

 

저는 올해로 23년 차 교리 교사가 되었습니다. 20살 대학생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한 교사 생활이 어느 덧 이렇게 오래되었습니다. 지금은 본당에서 직접 청소 년들을 만나지는 않지만, 교구 청소년국 중고등부에 소 속되어, 본당에서 청소년들을 지도하시는 선생님들을 위해 교안 작성과 강의 등을 하고 다양한 교육 연수에 서 봉사하면서 교사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만나게 되는 주일학교 교사들은 처음 만나 인사를 하면 이름, 세례명, 본당 그리고 연차를 꼭 물어 봅니다. 왜 필수 사항에 포함되는지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주일학교 선생님들이 자기소개할 때 빠지 지 않는 것이 교사 생활 연차입니다. 저는 교구 소속이 다 보니 각 본당에서 활동하시는 다양한 선생님들을 만 날 기회가 많은데, 언제부터인가 새로운 선생님들 앞 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왠지 겸연쩍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제 소개를 하고 나면 대부분의 선생님은 어떻 게 그렇게 긴 시간 동안 교사 생활을 이어 올 수 있었는 지 놀라워하십니다. 1~2년 하기도 벅차고 힘든데 그렇 게 긴 기간 활동한 것이 ‘대단하시다.’, ‘고생 많으셨다.’, 또는 ‘존경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이죠. 그러고 나서 이 어지는 제 이야기에 무엇인가 큰 기대를 하며 저를 바 라보는 눈빛이 부담스러워서 연차를 이야기할 때면 그 냥 “오래 했습니다.”, “잘 기억이 안 나요.” 하고 적당히 둘러대곤 했습니다.

 

올해 초 ‘신입 교사 연수’에 봉사자로 함께하면서 문 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롭게 교사 생활을 시 작하는 선생님들이 저를 보면서 긴 교사 생활 동안 제 가 쏟은 시간과 들인 노력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20 년 동안 교사 생활을 하면서 하느님께 얼마나 많은 사 랑과 은총을 받았을까?’, ‘청소년들과 함께한 시간 속 에서 쌓은 수많은 추억과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을까?’를 먼저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말이 죠. 그래서 하느님께 큰 사랑과 은총을 받은 저를 부 러워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저도 더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자기소개를 할 수 있을 것 같 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처음 교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 저는 제가 내어 놓은 것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여행에, 아르바이트에, 다양한 대외 활동 등 많은 경험을 하고 있을 때 저는 매주 미사와 평일 회합에 나가야 했고, 방 학 때는 캠프, 피정 준비로 날마다 성당에서 시간을 보 내면서 다른 친구들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 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늘 저는 다른 곳에서 는 할 수 없는 더 큰 경험을 하며, 청소년 친구들을 통 해 하느님께 더 많은 은총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 은총 을 통해서 저는 조금은 더 바른 생각을 하는 어른으로 성 장할 수 있었습니다. 또 그러한 은총의 체험을 많은 사 람들과 오래 나누며 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셔서 감사하 게도 아직도 행복하게 교사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