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두려워하지 마라

松竹/김철이 2025. 4. 29. 11:30

두려워하지 마라

 

 

저는 연령회원입니다. 성인이 되어 처음 장례미사에 참석했을 때 겪은 경험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대 낮인데도 제게는 그 순간이 칠흑 같은 어둠처럼 느껴졌습 니다. ‘이대로 끝인 걸까? 죽음 너머에는 과연 무엇이 있 을까?’ 아무것도 없는 듯, 그저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사 라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제가 믿는 부활 신앙이 진짜로 실재하는지, 혹시 그것이 헛된 믿음은 아닌지 하는 생각 속에서 그저 막막하고 두려운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의문은 자연스레 잊혀지는 것 같았 으나, 작년 한 망자의 입관 예절 중 다시 두려움이 떠오르 는 것을 느꼈습니다. 시신이 안치된 관 앞에 다가가 유가 족에게 촛불을 나누어 드리려고 하는데, 보통 때와 달리 알 수 없는 무서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온갖 미신이 떠오르며 엄습해 오는 두려움에 빠졌 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어느 날 미사 중에 그날의 입관 예 절 장면이 떠오르며 다시 무서움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그 것은 제 내면 깊숙이 숨어 있던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이 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 순간, 아버지의 죽음이 떠올랐습니다. “이제 들어와 서 아버지의 임종을 보라.”고 누군가 말했지만 열네 살이 었던 저는 무서워서 들어갈 수 없었는데, 그 기억은 제 안 에 두려움과 죄책감으로 무겁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당 시 제게 죽음은 그저 사라지는 것이었고, 부활은 당연히 모르는 것이었으며, 아버지의 죽음은 그저 아버지를 볼 수 없음을 의미했습니다.

 

이런 저를 주님께서는 연령회 봉사를 통해 죽음에 대 한 두려움과 마주하게 하셨고, 그 안에 숨겨진 죄책감까 지 들여다보게 하셨습니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 던 저에게 주님께서는 ‘더 이상 죄책감에 묶여 있지 말라.’ 고 하시는 듯했습니다. 그 순간, 저의 내면을 짓누르던 어 둠에서 해방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나 를 무엇에 쓰시려고 치유해 주시는 걸까?’라는 질문 앞에 주님께서는 “땅아, 두려워하지 마라. 즐거워하고 기뻐하 여라. 주님이 큰일을 하였다.”(요엘 2,21)라고 말씀하셨습니 다. 주님께서는 저를 어떤 목적에 쓰시기 위해서가 아니 라, 두려움과 죄책감에서 벗어나 그저 기쁘고 즐겁게 살 도록 치유해 주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단지 아버지를 위해 연령회 기도 모임에 나가 려고 했고, 이 또한 제 스스로 발을 들여놓은 것이라 생각 했지만, 그것은 제가 죽음을 직시하도록 초대하신 주님의 부르심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계획 없이 일어나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연도를 바칠수록 ‘당연한 하루는 없다.’는 것을 느낍니 다. 그래서 저는 오늘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드릴 뿐입 니다. 또한 가족과 이웃이 함께할 수 있는 하루하루를 허 락하심에 더욱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드립니다. “새날이 다가오며 재촉하기에 주님께 찬양 노래 부르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