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 김태환 요셉 신부님(송도성당 주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김태환 요셉 신부님(송도성당 주임)
“스승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그분은 침묵하십니 다. 땅에 뭔가 쓰십니다. 죄로 인해 끌려 나온 사람은 여자지만 이를 빌미로 그들이 고발하려고 작정한 진 정한 대상은 예수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 가운 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말씀 하시고 땅에 뭔가 쓰십니다.
여자에게 돌을 던져 죽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기에 품고 있던 공격성을 누그러뜨리고 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문제가 되게 하십니다.
처음 그들이 그 여자를 예수님께 데려왔을 때 실제 로 그들이 문제 삼은 것은 여자가 아니라 예수님이였 던 점을 생각하면 근본적인 변화입니다. 땅에 글을 쓰 면서 보이신 침묵의 시간이 이 변화를 가능케 한 것입 니다. 만일 예수님께서 같은 말씀을 그들의 질문 뒤에 즉시 하셨더라면 그들이 여자와 함께 예수님께 지녔 던 공격성을 어떤 형태로든 표출했을 것입니다.
왜곡된 공격성이 제거된 뒤에 제시된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이 말씀 이 자기 성찰의 계기를 마련하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나이 많은 사람부터 하나씩 떠나갔 다는 것은 사람이 산 만큼 더 죄를 짓게 된다는 사실보 다는 삶의 깊이를 들여다보는 지혜와 관련이 있습니 다. 나이가 많을수록 성찰의 기회, 실패의 경험이 많기 에 그 반성의 연습으로 인해 더 쉽고 빨리 남을 탓하고 단죄하던 시선을 자신을 돌아보는 시선으로 바꾸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죄인은 다른 죄인을 쉽게 용서하지 못한답니다. 자 기 죄 때문입니다. 죄인을 용서하는 것은 역시 선한 사 람들입니다. 특히 높은 선을 가진 분은 죄인의 죄를 묻 지 않습니다. 과거를 들추지 않습니다. 하느님이 그 대 표적인 분이고 이것이 오늘 복음의 내용입니다.
남의 판단과 단죄 이전에 자신에 대한 반성의 시간 을 그분께서는 초대하십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뉘우치는 자에게 “나 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하십니다. 사순절 은 서로 용서하는 시기입니다. 하느님께서 먼저 용서 해주셨기 때문에 우리도 이웃에게 그 용서를 나누는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