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안에 굳건히 서 있으십시오 | 송인찬 아우구스티노 신부님(시노드사목연구소장
주님 안에 굳건히 서 있으십시오
송인찬 아우구스티노 신부님(시노드사목연구소장)
열흘 전 우리는 머리에 재를 받으며 회개와 보속 의 사순 시기를 시작하였 습니다. 그런데 오늘 높은 산에서 눈이 부시도록 변 모하신 예수님의 모습은 사순 시기와는 잘 어울리 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오히려 부활 시기와 잘 어울리는 듯싶지요.
그렇다면 오늘 복음은 왜, ‘고통과 수난의 주님’이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의 모습’을 미리 보여 주고 있을 까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잠시 예수님의 발 자취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주였던 사순 제 1주일에 예수님께서는 ‘광야’로 상징되는 사순 시기로 우리 모두를 초대하셨습니다. 이는 사순 시기라는 영적 광야에서 우리 역시 많은 유혹과 시련을 겪게 될 것이 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하지만 정반대로 오늘 사순 제2주일 전례는 만약 우 리가 이 사순 시기의 여정을 충실히 걸어간다면, 머지 않은 부활 시기에 주님 영광의 한몫을 차지할 수 있으 리라는 희망을 던져줍니다. 사도 바오로 역시 제2독 서에서 그리스도께서 비천한 우리의 몸을 당신의 영광 스러운 몸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켜 주실 때까지 주님 안에 굳건히 서 있으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볼 때 오늘 우리의 묵상 주제는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영광’ 곧 ‘십 자가 안에 감추어진 부활의 신비’입니다.
‘십자가의 신비’는 참으로 오묘합니다. 어둠이 짙을 수록 새벽은 더 가깝듯이 고통과 죽음이 가까울수록 참 생명과 부활의 새벽 또한 가깝기 마련입니다. 동시에 십자가의 신비는 우리로 하여금 부활하신 주님 영광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반드시 십자가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많은 이들은 부활의 찬란한 영광을 누리기는 원하 지만, 그 과정 중에 겪어야 하는 고통은 싫어합니다. 주님이 주실 달콤한 선물은 좋아하지만, 회개와 보속 이라는 쓰디쓴 잔은 거부하곤 합니다. 때문에 나약한 우리는 주님이 가신 그 길을 따라 가면서도 종종 주저 앉아 버리고 싶은 마음이나 포기하고 싶은 유혹도 느낍 니다.
이런 우리들에게 주님께서는 오늘 높은 산에서 부 활의 영광을 미리 보여주시며 격려하십니다. “비록 지금은 힘들겠지만 주어진 십자가 잘 지고 가라고, 그러면 분명 부활을 맞이하게 될 거라”고 주님께서는 오늘도 축 처진 우리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