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 | 임근배 바오로 신부님(사목국 부국장)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
임근배 바오로 신부님(사목국 부국장)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 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 냐?”(루카 6,41) 이 말씀은 형제보다 내 자신의 부 족함을 먼저 바라보라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사랑과 자비의 예수님은 그보다 더 중요 한 부분을 바라보도록 이끄십니다. 잘잘못을 가 리고 바로 잡는 차원을 넘어서서 누군가의 잘못 과 부족함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이야기 하고 계신 듯합니다.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 놓는다”라는 말씀은 악한 사람, 선한 사람을 가 려내는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말씀이 아닐 것입 니다. 오히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 하는 법이다”라고 덧붙여 말씀하시는 것은, 사람 이 어떤 말을 하고 설령 잘못된 말을 할지라도, 그 말을 하게 만든 ‘마음’을 읽으라는 말씀처럼 들립니다(루카 6,45 참조).
‘악한 것을 내놓는다’고 할 때, 그 악한 것이란 근본부터 잘못되어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선하게 바뀔 가망이 없고 존재론적으로 악한 그 어떤 것 이 아니라, 단지 우리의 연약함 때문에 선이 결 핍되어 있는 부족함으로 느껴집니다. 따라서 누 군가의 악한 것을 보았을 때 먼저 그 악한 것을 꺼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 선으로 채우지 못하고 악에 받친 그 마음을 읽어주고 알아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는 공동체 앞에 놓인 악과 형제의 잘못을 마주할 때 흔히 정의와 공정의 기준으로 단지 냉 철하게 판단하고 쉽게 바로잡으려 합니다. 하지 만 먼저 그 마음을 알아주고 보듬어야 오히려 해 결의 실마리가 보입니다.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 또는 내 눈 안에 있는 들보를 걱정하며 자격 이나 옳고 그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내 곁에 있는 형제가 어떤 말을 할 때 그의 어떤 마음이 그렇게 흘러넘쳤던 것일까 먼저 생각하면 좋겠 습니다.
우리는 좋은 나무로 심겼지만, 때론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루카 13,6-9 참조)의 모습일 때 가 있습니다. 서로 나쁜 나무라고 단정짓지 말고 모두 함께 좋은 나무가 되어갈 수 있도록 서로에 게 거름을 주고 북돋아 주는 우리들이 되도록 노 력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