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하느님을 만나는 열쇠 | 김진현 F. 하비에르 신부님(대방동 보좌
용서, 하느님을 만나는 열쇠
김진현 F. 하비에르 신부님(대방동 보좌)
자녀 교육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들이 방문을 닫고 스스로 고립시키는 장면을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그러면 부모님들은 조심스레 방에 들어가 ‘방 꼴이 이게 뭐냐, 하루 종일 게임만 하냐, 얘기 좀 하게 좀 나와라’ 합니다. 모 든 아이가 그러지는 않겠습니다만, 이러면 보통 ‘건드리지마, 짜증나’하는 대답이 돌아 오죠. 그러면 ‘말버릇이 그게 뭐냐’ 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지 며 대화는 갈수록 기대하기 힘들어집니다.
어디선가 읽기로, 사춘기 아이가 방문을 닫고 혼자만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은 부 모에게 반항하기 위함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을 찾아나가려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합 니다. 그래서 부모는 자신의 관점으로만 자녀를 바라보고 통제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고, 자녀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감정에만 치우치는 태도를 조심해야 할 것입 니다. 달리 말하면, 부모는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그런 자녀를 용서할 수 있어야 하고, 자녀도 당장 자기 심기를 건드리는 부모를 용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서로 용서와 사랑의 자세로 자기중심에서 나올 때라야, 온 가족이 밥이라도 한 끼 하면서 따뜻한 얘기를 나누는, ‘하나 됨’의 기쁨을 다시금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오늘 복음 말씀에 귀 기울여 봅시다. 예수님께서는 다소 강력한 어조로 우리 에게 말씀하십니다. “내 말을 듣고 있는 너희에게 내가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 여라.” 원수를 사랑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원수까지도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는 모든 이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수는 누구입니까? 나 에게 원망을 품은 사람, 나를 못살게 구는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요. 나를 잘 대해주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예수 님 말씀처럼 죄인들도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을 사랑하고, 잘해 주는 이들에게는 잘해 주며, 되받을 가망이 있는 사람에게 꾸어 줍니다.
물론, 죄가 있는 곳에 구원이 내린다지만, 죄에만 머물러 있다면 하느님을 오롯이 만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하고 거듭 말씀하 시며 우리가 죄인보다 더 나아야 한다고,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 비로운 사람이 되어라.”하고 말씀하십니다. 저도 여전히 용서나 원수 사랑이 쉽지 않습 니다. 그러나 경험상, 용서와 자비를 체험하거나 실천하면 할수록 하느님과 가까워지는 체험을 얻게 됩니다. 마치 용서와 자비는, 미움과 나 중심의 굳게 닫힌 방을 열고 나와, 하느님과 ‘하나 됨’을 체험하게 하는 열쇠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친애하는 교 우 여러분,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용서와 자비로 원수까지도 사랑하려 애쓰고, 내 안 에 굳게 닫힌 온갖 마음의 문을 열고 나와, 언젠가 하느님과 ‘하나 됨’의 기쁨을 누리게 되는 신앙인이 되도록 노력합시다.